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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짧은 글

중독된 사랑

by 감성좋아 2023. 10. 5.

창문을 열어 밖을 보았다.

비가 많이 내리는 저녁이다.

어두운 하늘은
무거운 구름으로 가득 차 있었고,
비는 굵은 빗방울로
내리면서 땅을 적시고 있었다.

비는 작은 웅덩이들을 만들었고,
주변의 풍경은 흐릿하게
모습을 감추고 있었다.

남편은 나에게 어쩌다 한 번씩
술에 취하면 화를 내었고,

그런 시간은
마음 깊숙한 곳의
상처와 아픔 그리고...
어두운 밤에 내리는 비와 같았다.

남편의 폭력은 나에게 상처와
감정의 아픔을 주었다.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상처와 아픔은 멈춰주지 않았다.

나는 매일 밤 남편의 화에
두려움과 고통 속에서 살았다.

내가 남편을 위해 한 모든 헌신과 희생들은
결국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했고,

소중한 가치와 사랑이 부정당하며 상처받았다.

그런데도 나는 남편을 사랑하기에
받은 상처를 어떻게든
용서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아침
남편은 여느 때와 같이 출근을 하고
나는 집 청소를 하고 있었다.

식탁 위에 올려져 있는 핸드폰에서
전화벨과 진동이 함께 울렸다.

모르는 번호이다.

누구일까?
나는 호기심에 이끌려 전화를 받았다.

상대방은 대학교 선배였다.

(나를 좋아했던 그 선배….)

반갑고 따뜻한 목소리가
전화 속 건너편에서 들려왔다.

선배의 얼굴과
대학 시절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오랜만에 연락하게 되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도 기쁘게 다가왔다.

나는 어쩌면 다른 누군가가
전화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선배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늦었지만 결혼한다는 말을 들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오랜만에 연락이 온
선배와의 만남을 드라마처럼
잠깐 생각했다.

나는 남편이 있다.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후 전화를 끊고 생각에 잠겼다.

남편은 술이 깨면
나에게 잘해 주었다.

술을 먹지 않는 날에는
나를 향해 다정하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주었고,

그의 눈동자는 맑고
따뜻한 빛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모습은 어딘가 안정과
평화로움을 가져다주는 것 같았다.

남편은 나에게 애정과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내 마음을 감싸 안아주며,

상처를 치유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해 주었다.

나는 남편이 주는 다정함에 중독되었다.

그 감정은 나를 사로잡고,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다.

나는 마치 하늘을 날아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남편이 다정하게 해 줄 때면,

그 순간 모든 걱정과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내 안에 평화와 만족감이 넘쳐흘렀다.

하지만 이 행복에 중독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것들을 소홀히 하게 되었다.

남편이 주는 중독적인 행복은 일시적인 만족감을 주지만,
점점 현실과의 연결성이 약해져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도 남편은
늦은 시간에 들어와
자고 있는 나에게
서글픈 목소리로 속삭인다.

"여보..
  못난 남편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미안해…. "

남편은 이어서 말한다.

          "그리고 사랑해"

'사랑해'라는 말에
남편 곁을 떠날 수 없다.

오늘도 나는
남편에게 중독되어 잠들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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