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
나는 그녀와의 결혼 생활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매일 같은 일상,
반복되는 루틴 속에서
나는 우리의 관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잃어버린 것 같았다.
내 마음속의 고민은
결국 이혼으로 이어졌고,
그것을 그녀에게 알렸다.
그녀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당황스러운 표정이 지나간 후에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나를 바라보며,
"딱 한 달만 내가 원하는 거 들어줘,"
라고 말했다.
"그게 다야? 다른 건 없어?"
내 짜증 난 목소리로 되묻자,
그녀는 웃으며 대답했다.
"응.
한 달만 내 소원 들어주면 돼."
나에게 있어서 한 달은
의미 없었던 시간이었다.
한 달 동안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면
이혼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괜찮은 조건이었다.
첫날 아침,
그녀는 나에게 출근하기 전
뽀뽀해달라고 부탁했다.
살짝 어색하지만
이런 작은 요청 정도야 괜찮았다.
두 번째 날 저녁,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온 나를 보며
안아달라고 부탁했다.
서로 오랫동안
친밀함을 잊은 채 살아왔지만,
조금씩 찾아가려 했다.
일주일째 되던 날 밤,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외식하자고 제안한 그녀와
함께 테이블에 앉으며
오랫동안 잊혀져 있던
추억들이 쏟아져 나왔다.
10일째 밤,
등돌린 상태로 잠들려했던 순간
그녀가 내 손을 꽉 잡으며
함께 자자고 말한다.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잠들었다.
15일째 되던 날,
그녀는 내게
"사랑해"
라는 말이 듣고 싶다고 부탁했다.
그 말을 하니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던 감정들이
물결처럼 흘러나왔다.
25일째 밤,
9시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옆에 있어 달라고 부탁한 그녀와 함께
텔레비전 앞에서 보내는 시간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분이었다.
마지막 날,
마지막 소원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나를 바라보던 그녀.
"무슨 말이 하고 싶어?"
나의 질문에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켜 대답한다.
"사랑해."
그 순간,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파도처럼 밀려오는 감동과
사랑의 강도가 나를 휩싸었다.
그녀의 진심 어린 고백은
모든 일상과 의문들을 확실히 밝혔으며,
우리 사이의 연결과
애틋함의 깊이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